포클랜드전쟁 승리 이끈 전투기…무인화로 '독도 수호신' 될까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입력 2023-01-23 14:31   수정 2023-01-23 14:58


1982년 4월 2일. 아르헨티나 지상군 4000명이 포클랜드섬을 전격 침공한다. 영국은 아르헨티나 최남단 전라남도 면적 정도인 이 섬을 되찾을 채비를 한다. 하지만 1976년 IMF 구제금융을 받을 만큼 살림살이가 팍팍했던 영국은 항공모함을 모두 퇴역 조치했다. 포클랜드섬에 파견한 항공 전력은 활주로 없는 경항공모함 두 척에서 발진하는 수직이착륙 전투기 해리어(사진) 20여대뿐이었다.

하지만 해리어는 멀리 아르헨티나에서 날아와 기진맥진한 적 미라주 전투기를 줄줄이 격추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해리어처럼 수직으로 떠올라 발진하는 수직이착륙 전투기를 최근 무인기로 개발 중이다. 개발이 진척되면 독도 방어에 적잖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KAI는 지난 18일 미국 방산업체인 노스롭그루먼과 해상임무용 수직이착륙 무인기 개발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두 회사는 이를 위해 무인기 사업 기술협력을 위한 합의각서(MOA)를 맺었다. 노스롭그루먼은 미 해군이 운용하는 무인헬기인 'MQ-8 파이어 스카우트'(이하 MQ-8)를 개발한 회사다.


MQ-8은 2011년 5월부터 실전에 투입됐다. 정보 수집과 정찰, 감시 업무를 주로 했다. 유도식 로켓을 장착해 공격 자산으로도 활용된다. 완전 무장하면 5시간을 체공할 수 있다. 가격은 대당 1500만달러 안팎으로 추산된다.

KAI는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무인헬기와 틸트로터 무인기를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틸트로터란 헬리콥터처럼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면서 항공기처럼 수평 비행이 가능한 무인기다. 수직이착륙할 수 있는 해리어 또는 F-35의 무인기 버전이다. KAI는 노스롭그루먼과 손잡고 수직이착륙 무인기 기술을 고도화할 전망이다.

KAI의 수직이착륙 무인기는 해군 구축함이나 해경 경비함 등 함정에 탑재해 감시·정찰 등 영해 방어 임무를 맡을 될 전망이다. 나아가 공격 임무도 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수직이착륙기는 항공모함 공백을 메우는 전략 자산으로 과거부터 주목을 받았다. 전투기가 해상에서 뜨려면 항공모함의 긴 활주로가 필요하다. 하지만 항공모함은 유지비 등을 놓고 실효성 논란이 따라붙는다. 활주로가 짧은 경항공모함만 해도 3만t 기준으로 2조원가량의 건조비가 든다. 북한을 코앞에 마주한 만큼 원거리 전투에 필요한 항공모함을 도입할 유인도 떨어진다.

하지만 독도·울릉도 방어 차원에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독도·울릉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본의 도발을 막기 위해 경항모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독도·울릉도 항공 방어는 대구 11전투비행단 소속 F-15K, 충주 19전투비행단 소속 KF-16이 맡고 있다. 하지만 체공시간이 짧아 독도 상공에서 장시간 작전하기 어렵다.


최근 공중급유기 KC-330 도입으로 체공시간 한계를 일정 부분 줄이긴 했다. 하지만 일본 역시 공중급유기를 도입한 데다 대형 호위함 ‘가가’를 개조해 F-35B를 탑재할 채비를 하고 있다. 가가가 독도에 출몰할 경우를 대비해 전략 자산을 더 보강해야 한다는 평가가 많다.

이 같은 자산의 하나로 수직이착륙 무인기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F-15K, KF-16, 공중급유기와 함께 수직이착륙 무인기도 병행 투입하면 독도 항공 방어력은 물론 영해 작전 능력이 한층 강력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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